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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개 너머 아리랑

이수아2026.04.02조회 40

아리랑에서 '고개'는 단순한 지형이 아니다. 고개를 넘는다는 행위가 담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 시대를 초월해 공명하기 때문이다. 이 기획은 바로 그 고개라는 상징에서 시작되었다.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는 사람들의 노래가 수백 년을 이어왔다면, 지금 이 시대에는 고개 앞에 멈춰 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. 이 영상의 주인공 지우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아니다. 꿈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고개 앞에 서 있는 10~20대 청춘이다. 다들 하고 싶은 것이 있고, 되고 싶은 것이 있고, 나아갈 방향이 있어 보이는데 나만 아직 모르겠다는 감각. 특정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닌,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청춘의 공통된 내면을 가상의 주인공 한 명에 투영했다. 꿈은 오늘날 청춘에게 압박의 언어가 되었다. '꿈이 뭐야', '나중에 뭐 할래'라는 말들이 불안으로 돌아와, 일찍부터 자신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거세다. 꿈을 모른다는 것이 실패처럼 느껴지는 지금, 이 영상은 그 반대편에 서고자 한다. 그러나 이 영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. 주인공 지우는 꿈이 없었던 게 아니라, 스스로 포기하고 잊어버렸던 것이다. 어린 시절 별을 사랑했던 아이가 자라면서 사회의 압박 속에 그 별을 스스로 떼어버렸고, 그 사실조차 잊은 채 살아왔다. 꿈을 찾지 못한 게 아니라, 이미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. 길 위에서 우연히 주운 메모장 한 권, 그 안에 붙어있던 별모양 스티커가 그 사실을 조용히 되돌려준다. 지우가 주운 메모장의 주인인 아이는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니라, 별자리를 사랑했던 어린 시절의 지우 자신을 상징한다. 이불 속 손전등으로 별자리 도감을 읽던 초등학생 시절, 천문대에서 처음으로 실제 별을 바라보던 찰나, 그리고 고등학생 시절 천장의 스티커를 스스로 떼어버린 순간까지. 별은 꿈의 메타포로 작동하며 말 없이 서사를 완성한다. 지우가 메모장을 아이에게 건네주는 순간은, 오래전 스스로 포기했던 꿈과 화해하는 순간.